김재진의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썸네일형 리스트형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 김재진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 김재진 돌이켜보면 모두 사라져버렸네. 밤새워 이야기하던 친구도 영화 속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던 발길도 지워져버렸네 십 년만에 만난 사람 앞에서도 무덤덤한, 잠깐의 반가움이 지나고 나면 시들해지는, 망각만이 유일한 나 저기 건물의 유리에 비친 나 또한 내가 아니네. 퀭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저 사내는 도대체 나일 수 없네. 황망히 바퀴 굴려 알 수 없는 복잡함 속으로 떠나는 저 자동차들만이 내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하네. 읽었던 한 권의 책 머리를 들끓게 하던 한때의 이념 열렬했던 사랑마저 내가 아니네. 하숙집 벽 위에 붙여놓았던 몇 줄의 잠언 속에도 나는 없네. 정말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김재진 시인, 소설가, 1955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1976년 영남일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