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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

레밍의 날들 / 이건청 레밍의 날들 / 이건청 떠돌이 쥐 레밍 떼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TV 화면이었는데 들판을 떼 지어 달려온 것들이 벼랑 아래 바다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풍덩 풍덩 뛰어내리는 것들 뒤에 뛰어내려야 할 것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툰드라에 굴을 파고 나뭇잎이나 새싹, 줄기, 뿌리들 잘라 먹고 살던 것들이 자꾸 자꾸 새끼를 길러내서 들판을 그득 채울 때가 되면 다른 들판을 찾아 떠난다는데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서 들판도 하늘도 보지 못한 채 앞장 선 것들만 일심으로 따라 가다가 벼랑을 만나 풍덩 풍덩 덜어져 죽는데 멈출 곳에서 멈추지 모한 것들이 돌아서야 할 곳에 돌아서지 못한 것들이 앞선 것들의 뒤만 쫓아가다가 풍덩풍덩 벼랑으로 밀려 떨어져 내린다는데.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1970년 《.. 더보기
남루 / 이건청 남루 / 이건청 안토니오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에 성당 앞에서 전차에 치였을 때, 전차 운전수는 남루한 작업복을 입은 그가 대성당 건축책임자라고는 생각 못하고 상처 깊은 사람을 전차 길 옆으로 치워놓고 가던 길로 가버렸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택시를 세웠지만 운전수가 남루의 사람을 스쳐보곤 그냥 지나쳐 갔다고 한다 늦게서야 응급실에 닿았지만 병원이 또 이 남루의 사람을 내쳐버렸다고 한다. 아주 늦게서야 버려지고 버려진 이 남루의 노인이 조그만 시립 병원에 닿았는데 겨우 병상에 눕혀졌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에, 위대한 꿈의 전당을 세워가던 세기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남루에 가려 병상에 눕혀졌다가 거기서 숨이 멎었다 한다. 안토니오 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에, 세계적 대성당의 설계 시공자 남루에 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