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을 허가하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륙을 허가하다 이륙을 허가하다 / 이 종원 내 활주로는 늘 짧아서 꿈이 이륙하지 못하고 자주 떨어졌다 자소서로 출발한 걸음은 출입문에서 넘어지기 일쑤였다 나의 섬은 점점 쪼그라들어 길은 눈앞에서 자주 멈추었으며 가시 울타리를 넘어간다 해도 바다 직전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해의 눈빛을 놓치고 바람의 손과 미끄러지고 돌아서는 길은 절벽처럼 고요했다 태어난 곳이 섬이었으니 언제까지나 섬 소년이었고 뚝뚝, 흙수저는 걸음도 느렸다 비 내리는 날에는 먼저 울었으며 구르다 떠난 바퀴 자국 끝 닳아빠진 운동화 한쪽만 덩그러니 멍투성이 하늘이 통곡처럼 나부꼈다 얼마나 추락을 암기하고 승모근에 지식을 쌓아야 이륙할 수 있을까 구멍 난 심장으로 볕을 나르고 걷어낸 상처에 바람을 발라 수백 번 지우고 쓴 시뮬레이션 복기가 비상활주로 문을 .. 더보기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대상 [대상 수상작] 칼의 방식 1 흙에서 나온 울음이 날을 세운다 오랫동안 숨죽였던 갈구 단층을 벗겨낸 쇳덩이는 부엌에서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나선다 자르고 베고 나누는 것에서 하늘로 오르거나 바다를 가르거나 그의 초식은 진화하기 시작한다 찌르고 베는 변이로부터 칼의 원초적 사명을 지켜내기 위해 오른손이 거친 외침을 내려친다 오만이 무릎 꿇는 순간 두들겨 맞은 단면에서 소리가 피어난다 2 칼에 쓰러진 나무로부터 풀잎까지 종이가 되지 못한 이름을 기억하리라 허공에 적어 내려간 녹슨 글자들이 지면을 관통하여 가슴으로 굴러가는 칼의 꼬리가 꿈틀거린다 같은 음을 내거나 화음으로 섞일 때 활자에 무릎 꿇는 칼의 방식은 덤과 같아 보인다 등을 보이고 누웠어도 예리한 각도 전파를 타고 날아온 구호는 살처럼 생생하다 칼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