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몰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의 일몰 나의 일몰 / 이 종원 오후 여섯 시가 유리창에 사선으로 걸린다 정면으로 응시했던 눈동자가 교신을 통해 바람개비를 접는 순간이다 귀로에 연착륙한 사람들은 여의주를 내어주고 고치로 들어간다 양력이 부족한 나는 네온이 범람하는 강 동쪽으로 바람을 쫓는다 어둠에 기댄 동체가 모자란 하루를 채우려는 것이다 마주치는 시선마다 뿔뿔이 흩어지고 분주한 걸음에도 호출에 닿지 못한 손가락은 전쟁 같은 공습에 하나둘씩 꺾인다 취한 유리 조각에 베어진 날개에서 바람이 새고 욕이 눌어붙은 가슴으로 구멍이 지나간다 시간을 속여 몇 장의 지폐와 바꾸려는 아우성에도 날개는 졸음에 겹다 발기되는 아침은 숙면의 또 다른 이름, 나의 숙면은 호출이 쉬고 있는 동안만 허락될 것이다 호출부호가 멈춰 설 때면 아랫목이 그리워져 귀로에 올라선.. 더보기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대상 [대상 수상작] 칼의 방식 1 흙에서 나온 울음이 날을 세운다 오랫동안 숨죽였던 갈구 단층을 벗겨낸 쇳덩이는 부엌에서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나선다 자르고 베고 나누는 것에서 하늘로 오르거나 바다를 가르거나 그의 초식은 진화하기 시작한다 찌르고 베는 변이로부터 칼의 원초적 사명을 지켜내기 위해 오른손이 거친 외침을 내려친다 오만이 무릎 꿇는 순간 두들겨 맞은 단면에서 소리가 피어난다 2 칼에 쓰러진 나무로부터 풀잎까지 종이가 되지 못한 이름을 기억하리라 허공에 적어 내려간 녹슨 글자들이 지면을 관통하여 가슴으로 굴러가는 칼의 꼬리가 꿈틀거린다 같은 음을 내거나 화음으로 섞일 때 활자에 무릎 꿇는 칼의 방식은 덤과 같아 보인다 등을 보이고 누웠어도 예리한 각도 전파를 타고 날아온 구호는 살처럼 생생하다 칼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