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의 마지막 산책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지막 산책 / 나희덕 마지막 산책 / 나희덕 우리는 매화나무들에게로 다가갔다 이쪽은 거의 피지 않았구나, 그녀는 응달의 꽃을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듯 입 다문 꽃망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땅은 비에 젖어 있었고 우리는 몇 번이나 휘청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 통증이 그녀를 잠시 놓아줄 때 꽃무늬 침대 시트를 꽃밭이라 여기며 우리는 소풍 온 것처럼 차를 마시고 빵조각을 떼었다 오후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문장들 속으로 난 숲길을 함께 서성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죽음, 이라는 말 근처에서 마음은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피지 않은 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침묵에 기대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기에 입술도 가만히 그 말의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응달의 꽃은 지금쯤 피었을까, 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