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쿠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쑥 / 박은영 쑥 / 박은영 넓은 들판이었다 우물가 동백꽃도 다 떨어진 조용한 오후였다 어머니는 햇빛을 등진 채 어린 쑥의 시린 발꿈치를 어루만졌다 살아온 세월만큼 더딘 걸음으로 옮겨가는 당신의 갈라진 손끝은 푸른 물이 배고 대소쿠리는 이른 봄으로 묵직했다 산 벚나무 환하게 눈을 뜨는 봄 먼 들판을 보고 있으면 입안에 쓴물이 고였다 쓰디쓴 봄의 흔적을 지우고 양지 바른 자리에 웅크린 어머니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된장뚝배기가 끓고 찰진 떡 치대는 소리가 났다 엄마 엄마 부르면 꽃대 같은 고개를 들어 낭창거리고 다시금 몸을 숙이던 유년의 어느 저편 까막눈 당신은 저물도록 들판을 읽어내려갔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푸른 쑥이 내 눈물콧물에 버무려지고 있었다 개구리 우는 논두렁을 지나 산 벚꽃 흩날리는 들판을 내달리다 넘어진 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