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시인의 흠림체 썸네일형 리스트형 흘림체 / 유종인 흘림체 / 유종인 눈꺼풀 내리면 깜박 저녁이 밤으로 머릴 디밀 것 같은 때 아까워라 도로 아까워서 저녁 하늘을 보느니 저 눈썹이 짙어진 하늘 가에 기러기 떼인가 청둥오리 떼인가 멀고 어둑해서 어느 것이어도 틀리지 않는 새 떼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채찍처럼 제 무리를 휘갈겨 간다 어디 한 번 내 허리에 아주 헐렁하게 감아 보고도 싶은 흘림체의 허리띠가 조였다 풀었다 내둘렀다 감았다 으늑한 운필(運筆)이 낙락한데 저 반가운 울음이 섞인 흘림체가 번지듯 내려앉은 곳, 거기 들판이나 샛강 가에 가며는 등 따신 햇빛을 쬐며 부리로 땅에 점자(點字)할 새 떼들, 그 흘림체가 모이 쪼는 곁에 나는 바람의 먹〔墨〕을 가는 나무로나 서 있을까 무엇을 쓰든 사랑의 허기를 면하는 길로 발길이 번지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