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썸네일형 리스트형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이곳에서 나는 남아돈다 너의 시간 속에 더 이상 내가 살지 않기에 오후 네 시의 빛이 무너진 집터에 한 살림 차리고 있듯 빛이 남아돌고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이 남아돌고 여기저기 돋아나는 풀이 남아돈다 벽 대신 벽이 있던 자리에 천장 대신 천장이 있던 자리에 바닥 대신 바닥이 있던 자리에 지붕 대신 지붕이 있던 자리에 알 수 없는 감정의 살림살이가 늘어간다 잉여의 시간 속으로 예고 없이 흘러드는 기억의 강물 또한 남아돈다 기억으로도 한 채의 집을 이룰 수 있음을 가뭇없이 물 위에 떠다니는 물새 둥지가 말해준다 너무도 많은 내가 강물 위로 떠오르고 두고 온 집이 떠오르고 너의 시간 속에 있던 내가 떠오르는데 이 남아도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 더 이상 너의 시간 속에 살지 않게 된 나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