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화 / 이명윤 조화 / 이명윤 이화공원 묘지에 도착하니 기억은 비로소 선명한 색채를 띤다 고왔던 당신, 묘비 옆 화병에 오색 이미지로 피어 있다 계절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공손한지 작년 가을에 뿌린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울며불며한 날들은 어느새 잎이 지고 죽음만이 우두커니 피어 있는 시간, 우리는 일렬로 서서 조화를 새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도중에 어린 조카가 한쪽으로 치워둔 꽃을 만지작거린다 죽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한 거다 세월을 뒤집어썼지만 여전히 부릅뜬 웃음을 본다 우리는 모처럼 만났지만 습관처럼 갈 길이 바빴다 서로의 표정에 대해 몇 마디 안부를 던지고 떠나는 길 도로 건너편 허리 굽은 노파가 죽음 한 송이를 오천 원에 팔고 있다 차창 너머로 마주친 마른 과메기의 눈빛 삶이 죽..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