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이 시인 썸네일형 리스트형 예감 / 김사이 예감 / 김사이 낮술에 취한 남자씨들이 비틀거린다 인도를 장악하고 갈지자로 걸어온다 느닷없이 달려드는 일상의 예감들 차도로 내려설까 뛸까 망설이다가 눈이 부딪쳤다 그들과 교차하는 순간 풀린 눈으로 피식거리며 팔을 쭉 뻗는다 가슴을 팍 치고 간다 화가 나서 가방으로 내려치려니 키득거리면서 술집으로 들어간다 허공에 머물다 툭 떨어지는 가방 한참을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쫓아가서 싸울 용기까지는 내지 못한다 두려움은 내 몫이다 뒤통수로 그들의 웃음을 읽으며 주저앉았다 몇날 며칠 끙끙거리며 나를 달랜다 명백한 고의였으나 술에 취했으니 너그럽게 잊어주는 것도 내 몫이다 아무 이유가 없는 상식적인 날이다 -김사이 시집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창비, 2018)에서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호남..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