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 김사이
낮술에 취한 남자씨들이 비틀거린다
인도를 장악하고 갈지자로 걸어온다
느닷없이 달려드는 일상의 예감들
차도로 내려설까 뛸까 망설이다가
눈이 부딪쳤다
그들과 교차하는 순간
풀린 눈으로 피식거리며 팔을 쭉 뻗는다
가슴을 팍 치고 간다
화가 나서 가방으로 내려치려니
키득거리면서 술집으로 들어간다
허공에 머물다 툭 떨어지는 가방
한참을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쫓아가서 싸울 용기까지는 내지 못한다
두려움은 내 몫이다
뒤통수로 그들의 웃음을 읽으며 주저앉았다
몇날 며칠 끙끙거리며 나를 달랜다
명백한 고의였으나 술에 취했으니
너그럽게 잊어주는 것도 내 몫이다
아무 이유가 없는 상식적인 날이다
-김사이 시집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창비, 2018)에서
<시인의 약력>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호남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반성하다 그만 둔 날』『나는 아무것도 안하
고 있다고 한다』등
<by 이종원의 시 감상>
어느 날 갑자기 맹목적인 폭력과 파괴 같은 황당함에
처하게 될 때, 나는 내가 너무 무기력한 것과 내가 믿
었던 법과 사회는 상식에서 멀고 먼것에 대하여 화가
치밀어 분노에 치를 떨고 있음을 본다. 술과 심신미약,
약과 정신 이상 등의 편법으로 채워가고 있는 법치의
모순에 대하여 과연 정의는 살아있는 것인가 의문부
호만 줄을 세우다 포기하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제에서 말하는 예감은 길조 보다는 불길함에 무게
가 있어 보이고 맞서 싸우고자 함 보다는 피하고 싶어
하는 소극적 행동을 말하고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적
극적 감을 얼마나 우려내야 제 힘을 내고 제 맛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시대의 후안무치에 참으로 딱 들어맞
는 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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