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캔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레밍의 날들 / 이건청 레밍의 날들 / 이건청 떠돌이 쥐 레밍 떼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TV 화면이었는데 들판을 떼 지어 달려온 것들이 벼랑 아래 바다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풍덩 풍덩 뛰어내리는 것들 뒤에 뛰어내려야 할 것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툰드라에 굴을 파고 나뭇잎이나 새싹, 줄기, 뿌리들 잘라 먹고 살던 것들이 자꾸 자꾸 새끼를 길러내서 들판을 그득 채울 때가 되면 다른 들판을 찾아 떠난다는데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서 들판도 하늘도 보지 못한 채 앞장 선 것들만 일심으로 따라 가다가 벼랑을 만나 풍덩 풍덩 덜어져 죽는데 멈출 곳에서 멈추지 모한 것들이 돌아서야 할 곳에 돌아서지 못한 것들이 앞선 것들의 뒤만 쫓아가다가 풍덩풍덩 벼랑으로 밀려 떨어져 내린다는데.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1970년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