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 김기택
과녁에 박힌 화살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찬 두부 속을 파고 들어가는 뜨거운 미꾸라지처럼
머리통을 과녁판에 묻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
여전히 멈추지 않은 속도로 나무판 두께를 밀고 있다
과녁을 뚫고 날아가려고 꼬리가 몸통을 밀고 있다
더 나아가지 않는 속도를 나무 속에 욱여넣고 있다
긴 포물선의 길을 깜깜한 나무 속에 들이붓고 있다
속도는 흐르고 흘러 녹이 다 슬었는데
과녁판에는 아직도 화살이 퍼덕거려서
출렁이는 파문이 나이테를 밀며 퍼져나가고 있다
<시인의 약력>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
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소』『껌』『갈라진다 갈라진다』『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by 이종원의 시 감상>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선수들의 자랑스런
낭보를 복기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영화 ‘최종 병
기 활’의 모습도 찾아내게 할만큼 무언의 강한 압력
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인의 시에서 나는, 그
의 힘찬 전진은 공격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진취적이
고 도전적이며 강한 긍정의 외침이라고 읽고 싶어
진다. 물론 세월이라는 느낌이 묵직하게 파고들기
는 하지만, 나이테를 파고드는 시인이 쏘아 올린 화
살의 작은 촉에서 시의 언어가 밝히고 있는 도 높은
빛깔이 광원같아서 감전된 듯 행복한 독백을 되풀
이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 또한 흐르지만 열정은 언
제나 젊게 파닥거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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