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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詩

오월의 로드킬

오월의 로드킬           /       이 종원

 

 

 

 

혼잡을 피해 들어선 우회 등산로에

꽃비가 내린다

낯익은 향기가 성큼성큼 뛰어와

유리창에 부딪히고 달아난다

 

여기서 이팝저기서 조팝

지저귀는 새는 둥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습 중인데

꽃 비탈로 굴러 들어간 나의 바퀴는

아카시아 늪에 빠져버렸으며

시속 5킬로미터 속도에도

헤드램프로 몰려오는 꽃 나방과 조우에

오월은 심히 흔들리는 중이다

 

도로 중앙에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날개를 접고

떼 지어 달려드는 무리에 바퀴도 숨을 죽인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먼지와 얼룩은

지우고 닦아내겠지만

소록소록 쌓이는 아카시아 향기는

벗겨내고 싶지 않다

 

시간을 놓치고 죽어가는 향기를 끌어안고

바닥에 길게 누운 내 그림자도

아카시아에 밟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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