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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형

수선집 근처 / 전다형 수선집 근처 / 전다형 ​ ​ 의수족 아저씨는 십 수년 째 주일만 빼고 수선 일을 했네 나는 팔 부러진 우산을 들고 찾아갔네 허름한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단골집 돌아서다 어둠 속 우두커니 서 있는 입간판에게 물었네 수척한 얼굴로 속사정을 털어놓았네 꺾어진 골목으로 어둠 몇 장 굴러다니고 영문을 모르는 바람이 틈새를 드나들고 있었네 맞은편 산뜻한 수선집 미싱 요란하게 푸른 하늘을 박고 있었네 찾아준 은혜 잊지 못할 겁니다 헛걸음하게 해 죄송합니다 삐뚤한 글씨체가 손잡이 근처 붙어 있었네 나는 발길을 돌려 건널목에 섰네 의수족 아저씨가 손때 묻은 연장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네 누가 맡겼다 찾아가지 않은 낡은 가방에 망치, 칼, 가위, 쓰다 남은 실, 지퍼, 우산대 몇 땅으로 기우는 어깨 위에서 강물소리가 들렸.. 더보기
사과상자의 이설 / 전다형 사과상자의 이설 / 전다형 어떤 사과를 담았던 것일까 골목에는 각들이 없다 홀가분하게 속을 비워낸 상자가 각에 대해 각설 어제를 치고 오늘을 박다 뽑은 못 구멍 숭숭한 사과상자 눈에 밟혔는데 사과가 사회로 읽혔다 반쯤 아귀가 비틀린 자세로 골목을 물고 늘어졌다 상자가 불량한 자세로 한껏 감정을 부풀렸다 생채기에서 흐른 사과 진물이 그 진통을 기록해놓았다 아프면서 큰다는 말, 싸우면서 정든다는 이설 옹이에 옷을 걸고 햇살 쪽으로 기운 나이테 읽자 빈 사과상자 부둥켜안고 끙끙거린 내 안의 사과가 쏟아졌다 사과밭 모퉁이를 갉아먹던 사과 벌레가 내 늑골 아래 우글, 다 파먹을 요량이다 사과가 내 알량한 고집을 잡고 늘어졌다 사과를 비운 상자는 성자다 꺾인 전방 마주 선 내 볼록 눈거울이 맵다 ​ ​ 경남 의령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