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복원 / 이 종원
복잡한 전철 통로에서 구걸을 만난다
선글라스 안 소경을 벗고
성한 눈을 내어놓으라는 듯
시선이 따갑다
평균대 위를 능력껏 걸어가라는 것
그러므로 너의 발은 네가
내 발은 내가 씼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
누구의 발을 씻어준 기억이 없으니
내 발도 남에게 부탁한 적이 없다
제자의 발을 씻긴
예수의 행적을 떠올린다
어찌 발뿐이겠는가
상처를 덮지 못하고 외면하는
이중적 눈금을 한 번쯤 씻어내야 한다
따듯한 물로 발을 씻어주는 것처럼
지폐 한 닢 바구니에 넣어주는 것으로
독선을 벗겨낸다
<시집 2017 외상장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