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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詩

선인장

 

 

선인장    /      이 종원

 

 

 

외딴 섬 꽃씨가 되었다 해서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유배지에 떨어져 외톨이가 되었다 해도

손가락질하지 마세요

목마르다 했을 때 건네주는 잔 없었고

외로움에 지쳤을 때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나의 손은 멀리 있는 샘을 향해 길어졌고

몸은 가늘고 야위어 갔습니다

고함을 쳐도 귀 기울여주는 이 없습니다

비탄을 뱉어냈던 목소리에 가시가 돋습니다

사무친 갈증을 모른 체 하였기에 묻습니다

나를 끌어안을 수 있습니까

가시가 당신의눈을 찌를지도 모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막을 지나는 낙타 등에 올라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시집 2017 외상장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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