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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詩

둥근

 

 

둥근     /     이 종원

 

 

 

쉿!

깊은 새벽이 게워놓은 해의 얼굴이었지요

직선이거나 네모라고 말하지 않을래요

걸음이 하루를 돌아와도

다시 그 자리에 서 있는 출발 신호

늘 원에 갇힌 꿈을 꾸었어요

 

나는 점점 동쪽으로 기울기 시작해요

모서리가 왜 그리 많고

구부려야 할 직선이 넘치는지

뒤축은 닳고 더 밟혀야 하는지

날 선 톱니의 흔적도 지우지 못했어요

 

12개의 시간이

또 12개의 바늘을 붙잡아요

공들여 쌓은 탑도 사실은 밑어서부터인 것처럼

따지고 보면 둥근

시작처럼 다시 출발해야 할 시간

직선 위를 한 뼘씩 밟고 가 주세요

코너에서 꺽이기도 하는, 둥근

 

 

<시집 2017 외상장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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