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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詩

거미줄에 걸린 하루

 

 

거미줄에 걸린 하루        /       이 종원

 

 

 

정지신호에 걸린 50대 중반 L씨

그의 차는 시동이 꺼졌다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려오는 동안

바퀴는 과속으로 헐떡였고

엔진은 과열되었다

주행기록이 임계점을 넘었으므로

속도계는 다시 발기될 수 있을까

용도 폐기의 폐차 선고를 벗을 수 있을지

몇 걸음 더 걸어보려 하는데

쿨럭이던 기침소리마저 멈추었다

수혈이 필요한 엔진은

견인차에 실려 잠이 들었다

심장이 다시 돌아가는 확률에

걸어보는 생

우리들도 언젠가는

저 거미줄의 방어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시집 2017 외상장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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