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 이 종원
고라니는 새벽을 가로 지르려다 멈추었다. 배송 없이
흔적만 남겨 놓고 먼 길 떠나는 사람, 도착하지 못한 울
음보다 덤ㄴ저 장의사는 빠르게 그의 이승을 수습한다.
초록에 물든 뒷동산, 오솔길의 오후를 복기하고자 해도
더는 깜박이지 않는 삶, 종이 한 장이 그이ㅢ 시간들을 대
신 옮겨 적는다
한때, 제 그늘에 꿈을 넗어놓기도 했다
사력을 다하여, 히라거나 멈추거나 충돌하거나, 확률에
서 떨어져 나온, 피로에 찌든 몸이 차선 위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