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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詩

목련이 지던 날

목련이 지던 날     /      이 종원

 

 

 

휘황찬란한 교차로 지나

골목 안쪽 어둠 핥던

목련집 간판이 숨을 거두었다

 

쇳노래로 힘에 겹던 톱니에

쉬어가라며 숯불 굽던 자리

햇살 담근 육향 사그라들 때

낯선 기침, 어색한 가면에

목련은 춥기만 하다

 

식탁이 실려 나가고

깨진 유리창에 자물쇠가 걸렸다

멈추지 않는 도미노

소등은 끝이 아니었다

골목 건너 매화 집

진달래 분식과 벚꽃네는

벌써 흰 깃발을 내걸었고

목련도 마지막 전원을 내렸다

검은 빛 독백은

불보다 빠르게 도심으로 번져나갔다

 

봄이 생기를 잃으니

매화는 물론 벚꽃과 동백도

향기 권할 수 없어

꽃은 혼자서 겨울로 돌아갔고

벌 나비도 고치로 돌아갔다

 

웃음 잃고 나뒹구는 간판만

빈 봄을 두드리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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