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무게 / 이 종원
우화가 시작되려는지
성장통에 말수까지 줄어든다
스스로 골방으로 옮긴 고치는 힘에 겨워
타래 속 매듭처럼 안으로만 구부러진다
날아오르는 법을 배우기도 전
화려한 날개에 홀린 탓
너무 이르게 굴레 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닐까
문은 굳게 닫혀있고
침묵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밖으로 밀려난 나비
고치를 건너뛰는 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그건 생명을 단축하는 일
나비는 침묵으로 눈물을 닦으라 한다
날갯짓만으로도 태의 기억을 전해주려
온 힘을 합장에 싣고 있다
껍질을 벗겨내느라
털어낸 울음이 수북한데
유리창 너머 수화 같은 눈빛을 읽었을까
고치 어깨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날개를 가볍게 하여
꽃과 꿀 위로 춤추듯 넘나드는 나비
자신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으로
세상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직 몇 번의 고치에서 살아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