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을 허가하다 / 이 종원
내 활주로는 늘 짧아서
꿈이 이륙하지 못하고 자주 떨어졌다
자소서로 출발한 걸음은
출입문에서 넘어지기 일쑤였다
나의 섬은 점점 쪼그라들어
길은 눈앞에서 자주 멈추었으며
가시 울타리를 넘어간다 해도
바다 직전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해의 눈빛을 놓치고
바람의 손과 미끄러지고
돌아서는 길은 절벽처럼 고요했다
태어난 곳이 섬이었으니 언제까지나 섬 소년이었고
뚝뚝, 흙수저는 걸음도 느렸다
비 내리는 날에는 먼저 울었으며
구르다 떠난 바퀴 자국 끝
닳아빠진 운동화 한쪽만 덩그러니
멍투성이 하늘이 통곡처럼 나부꼈다
얼마나 추락을 암기하고
승모근에 지식을 쌓아야 이륙할 수 있을까
구멍 난 심장으로 볕을 나르고
걷어낸 상처에 바람을 발라
수백 번 지우고 쓴 시뮬레이션 복기가
비상활주로 문을 열었다
또 다른 바람이 폭풍우를 가져간 후
오늘 나의 이름이 불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