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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수배전단을 보고 / 윤성택

수배전단을 보고 / 윤성택

 

 

귀갓길에 현상수배 벽보를 보았다

얼마나 많은 곳에 그의 자유를 알려야 하는지

붉은 글씨로 잘못 든 의 내력이 적혀 있다

어쩌다 저리 유명해진 삶을

지켜 봐달라는 것일까

어떤 부릅뜬 눈은

생경한 이곳의 나를 노려보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이름 석자로 수배중이다

납부 마감일로 독촉되는 고지서로

열자리 숫자로 배포된 전화번호로

포위망을 좁혀오는지도 모른다

칸 속의 얼굴은 하나 둘 붉은 동그라미로

검거되어 가는데, 나를 수배한 것들은

어디서 잠복중일까

무덤으로 연행되는 남은 날들,

그 어딘가

잡히지 않는 희망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나는 매일 은신처로 귀가하는 것이다.

    

 

<시인의 약력>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 문학사상에 시 수배전단을 보고외 두편으로 등단.

2015년 올해의 젊은 시인상, 2019년 제9 시와 표현 작품상 수상

시집 리트머스(2006)”, “()에 관한 사담들(2013)”이 있음

[출처] /수배전단을 보고 - 윤성택|작성자 첫발자국

 

 

 

<by 이종원의 시 감상>

 

시인의 시 또한 수배전단처럼 내게 다가왔다. 붉은 글씨로 몽타주와 함께 현상금까지 걸린 전단은 담벼락이며 전봇대를 가리지 않고 걸려 있었지만 검거되었다는 소식과 성공률은 과히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단이 내미는 마력은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고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하는 기초적인 호소임에 틀림이 없다. 시인이 지나가는 길에 본 수배전단 또한 그런 것이었으며 수배 전단에 붙은 한명의 수배범을 검거하게 된 결과로 생각한다. 시인의 눈을 통해서 역지사지로 알게된 우리의 삶 또한 수배되도 있는 현상범이라는 구절이 와락 가슴을 껴안는다. 우리는 흔히 일방적인 주관적 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며 동시에 편협함을 갖고 있기에 양방향의 소통을 흐리게 하거나 객관적 관점으로 다양성을 잃게 하기도 한다. 시인이 다른 시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삶의 다른 방향을 돌아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 다른 면에서의 그림과 글과 그리고 펼쳐진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생경한 나를 바라보고, 수배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른 시선은 과연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