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의 키스 / 윤 제림
터미널 근처 병원 장례식장 마당 끝
조등 아래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죽음과 관계 깊은 일,
방해될까봐 빙 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휘적휘적 걸어서 육교를 건너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입맞춤은 끝났을까,
돌아가 내려다보니
한 사람만 무슨 신호등처럼 서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은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라는지 가라는지 손수건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출생 1960년 1월 21일 (만 55세), 충북 제천시
소속 서울예술대학
학력 동국대학교 국문과
데뷔 1987년 문예중앙 시 '뿌리 깊은 별들을 위하여'
수상 2014 제14회 지훈문학상 외 3건
경력 1983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외 1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등이 있다
<by 이종원의 감상>
시인 윤제림의 시를 앍었다
쉬운듯 하면서도 그 속에 내재된 함축이 산맥처럼 느껴졌다, 아니 산맥 속의 광맥처럼 느껴졌다
그 광물을 캐기 위해서 뚫고 들어간 터널에서 오래된 경험과 기억이 현실과 만나는 막장을 보았다
시제만 보면 연인들의 잠깐의 이별이나 별리로 보였는데
들어가보니 죽음과의 이별이이었다.
나는 비록 제 3자일지 모르지만 결국 그 앞에서 나도 손을 흔들고, 아니 맞잡고 가야한다는 암시 같은..
터미널이 아닌 장례식장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도 마음을 끌었다
쉬운듯, 물 흘러가는 듯 펼쳐진 초식에 그저 마음을 빼앗기고
그 깊고 깊은 광맥을 향해 빠져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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