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 두고 가거든
<시인의 약력>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 『그리운 여우 』
『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 다수,동시집『나무 잎사귀 뒤쪽마을』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등
<by 이 종원의 시 감상>
봄비가 훅 하고 당겨온 계절에 봄을 꺼내본다
제비꽃과 자줏빛, 그리고 들판과 바람이 험잉
으로 화음을 노래하는 모습에 봄이 물씬 싹을
돋운다. 상상을 풀어내고 그 상품을 거의 무상
으로 제공하는 시의 공장이 있기에 행복도 꽃을
피우고 삶의 열매 또한 맛나게 익어가는 것이다.
그 중간에 분명 사랑이 있다. 시인께서도 연인을
불러들였으며 그 연결된 통로를 타고 봄바람은
줄기차게 드나들 것이며 꽃은 더 색을 배나 진하게
향기로 피워올릴 것이다. 나 또한 그 봉긋한 사랑
에 살짝 볼이 붉어짐을 느낀다. 봄을 소환해놓고
오랜 친구처럼 밤새 얘기꽃을 피우는 것과 사랑을
심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바야흐로 봄이고,
절벽처럼 보이는 어딘가에도 보랏빛 사랑은 목청껏
드러나고 있다. 허리를 굽히는 것만으로, 시의 첫
문장을 소리내는 것만으로도 봄은 단맛으로 혀에
매달린다.
'내가 읽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4월3일을 쓰다 / 한춘화 (0) | 2023.02.16 |
---|---|
상실 / 김재진 (2) | 2023.02.16 |
목련꽃 낙화 / 나태주 (0) | 2023.02.16 |
가는 비 온다 / 기형도 (0) | 2023.02.16 |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0) | 2023.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