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낙화 / 나태주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에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시인의 약력>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모음(母音』 『막동리 소묘』 『대숲에 어리는 별빛』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 『변방』
『외할머니』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굴뚝 각시』
『우리 젊은 날의 사랑』 『목숨 비늘 하나』『아버지를 찾습니다』
『빈손의 노래』 『추억이 손짓하거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등
흙의 문학상,충남도문화상,현대불교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 수상
2007년 황조근정훈장
<by 이 종원의 시 감상>
작년 봄, 바이러스의 지옥으로 인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련꽃 아래에 오래도록 서지 못했다.
그가 빗물에 기대어 눈물을 떨구었을 때도 먼
발치에서 겨우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내년을
기약했었는데, 벌써 약속했던 시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설렘 앞에서 시인의 시에서 흔적을
불러냈고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몇 년
전 추억과 환하게 부서지는 미소까지도 꺼내올
수 있었다. 고혹적으로 내 가슴 전부를 붙들고
있는 미소를 보내기 싫어서 마음이 시렸던
기억도 있었던 것 같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
우아한 얼굴을 닮고 싶었던 같기도 했다. 그러
나 떠나가는 모습은 언제나 무거웠고 벌거벗은
것처럼 당혹스럽기도 했다. 시인이 그려준
목련꽃 낙화는 나의 감성과 정확히 일치하기도
했으며 내가 떠나보냈던 그리움과 닮아 있어서
다시 태어난 봄 앞에서 그를 마주 대하고자
하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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