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4월3일을 쓰다 / 한춘화
참말 징하기도 하지
나는 왜 이리
상처가 많은 나라에 태어나
꽃도 피라고 읽고 있는지
모가지째 뚝뚝 져
땅바닥에 핀 동백을
피바람에 베인
목으로 보고 있는지
누가 동백나무에
그날
져버린 아이와 여자와
남자와 노인의 숨
떨어지는 소리를
걸어놨는지
살아 꽃이었던 그 어떤 당신들이
해마다 내 가슴에서
참말로 징한 꽃으로 피어
왜 그리 시뻘건지
속살 벌어진 상처 모냥
이리 아픈게
동백 맞는지
꽃 맞는지
―계간《시산맥》2019년 봄호
<시인의 약력>
마음의 행간 동인
시산맥 회원
현)도예가
2007년 계간《시선》등단
<by 이 종원의 시 감상>
제주 4.3 평화 공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인터넷
에서 그날의 아픈 역사를 읽고 배우고, 현장의 역사관
에서 참상의 소리와 그늘을 보았고 시로 표현하고 싶
었지만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멈춰선 것이 늘 아쉬
웠는데 오늘 붉은 동백의 얼굴을 피로 의인화해 준 시
인의 시에서 터질듯 심장의 박동을 듣게 된다. 토속적
언어를 붓질하여 동백의 속살로 보여준 그날의 상처
는 시인의 피눈물처럼 빨갛고 에리다. 나는 힘없는
어린 아이와 여인과 노인들의 참상을 볼 수 없어 눈을
감게 되었다.앞으로 동백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멍울이 닫혀 죽
지 아니하고 언제나 해년 이른 봄에 피어나서 아픈 기
억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추모할 수 있도록 내 자신에
게 가멸차게 독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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