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자반 /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놈이 작은놈을 지그시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이 부부였던지 죽어서도 한몸이다
부부로 함께 산다는 것이
고행임을 저들은 알고 있는지
겹으로 포개진 팔 지느러미로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고 있다
죽어 이제야 온전히 이룬 부부의 연을
묵묵히 받아내는 모습이다
눈동자엔 푸른 파도가 출렁였지만
배를 열어보니
아내처럼 텅 비어 있다
마지막까지 온전히 보시해야
열반에 드는 것인지
소금사리
와스스 쏟아진다
―제9회《다시올문학》신인상 당선작
<시인의 약력>
강원도 횡성 출생
제17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문 장원
2010년《다시올문학》신인상 수상
2018년《머니투데이》신춘문예(시부문) 당선
시집『묵시적 계약』등
청계천문학상, 숭례문백일장, 청향문학상 수상
< by 이 종원의 시 감상>
비릴 것 같은 고등어의 피하고 싶은 맛이 사라지고
고소한 맛이 물씬 올라온다. 고소한 시의 향기에 걸
음이 자연스럽게 멈춰 선다. 시장 좌판에 올려져 있
는 생선에서 간이 잘 배인 고등어 한손을 올려놓고
부부의 연으로 잘 조리하고 있는 시인의 부부애를
읽는다. 그 풍미는 먹어본 사람이 잘 알 듯 시인의
시를 읽어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맛을 느낄 수 있
다. 당연 시의 맛집이다. 또한 평소 시인이 시로 얘기
하는 일상처럼 시에서 풍기는 잔잔한 사랑과 짙은 부
부애는 살짝 질투를 유인해낼 만하다. 읽는 내내 고등
어 요리로 저녁 만찬을 준비하고 시제로 고등어를 올려
서 맛깔난 맛을 음미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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