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 시인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역(領域) / 김유석 영역(領域) / 김유석 줄이 풀리자 득달같이 문간으로 달려간 그는 찔끔찔끔 오줌을 지려댄다. 오랫동안 응시했던 곳, 마당 구석이나 뒤울안 자주 귀를 부스럭거리게 하던 곳을 발톱으로 긁어가며 가장 원초적인 저의 냄새를 묻힌다. 눈길이 닿지 않는 곳 먼 소리가 오는 곳까지 미치는 줄 알았다.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성가시게 해온 줄 알았으나 그를 묶어놓은 것은 겨우 그의 똥오줌 냄새가 뻗히는 곳 찌그러진 밥그릇이 보이는 그 안을 쫑긋거리고 짖어댔던 것이다. 물어뜯을 듯 당기던 앙칼진 사슬은 느슨해지는 그 주변을 경계하는 거였는데 묶어야만 보이고 들릳던 것들 줄과 함께 사라지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하고많은 밖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홀연 묶였던 자리 꼬리만을 남겨둔 채 그러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북 김.. 더보기 깡통 / 김유석 깡통 / 김유석 툭, 차버리고 싶은 감정과 툭 차이는 감정 중 소리를 내는 것은 어느 쪽일까 채워지기 전과 채웠다 비워낸 공간 가운데 어느 편이 더 시끄러울까 통과 깡통의 차이, 깡통을 차다와 깡통 차다 사이 만들어질 때 미리 담긴 소음인지 비워진 후의 울림인지 깡 찬 소리가 난다 몇 배 새끼를 빼낸 뒤 뱃가죽 축 늘어진 늙은 돼지를 이르기도 하는 속된 말, 깡통이 뭐길래 깡통을 보면 차고 싶어지나 그 속에서 뭐가 튀어 나와 참새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나 깡통을 깡통으로만 아는 순 깡통들, 납작하게 눌러 밟아버리면 차라리 나을 건데 톡, 톡, 누군가 자꾸 나를 걷어차기만 한다 전북 김제 출생,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 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 더보기 버려지는 신발들은 슬프다 / 김유석 버려지는 신발들은 슬프다 / 김유석 사람들은 왜 신발을 벗어 두고 가는 걸까 그게 슬펐다, 그 어떤 유서보다 물가에 가지런히 놓인 구두 한 켤레 어느 헐거운 길이 거기까지 따라와서 맨발이 되었을까 문단속을 하는 대신 토방에 신발을 반듯이 올려놓고 집 비우던 아버지 삼우제 날 문밖에 내어 태우던 부르튼 발바닥들이 슬펐다 그래서일까 유령들은 대부분 발을 감춘다 신발을 신고 있다는 건 어디쯤의 고단한 이정(里程) 새 신발을 산다는 건 닳게 해야 할 바닥이 남았다는 것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먹이던 유년의 맨발에 유행 지난 멀쩡한 구두 한 벌 버리기 전 헐겹게 신겨보며 몇 켤레쯤 여벌을 가진 생을 떠올려 본다 . 2008년 봄호. 전북 김제 출생,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더보기 꼬리의 진화 / 김 유석 꼬리의 진화 / 김 유석 모모와 미미, 내게 묶인 두 마리 얼치기 공연히 마주보며 짖는다. 제가 묶인 줄도 모르고 묶여 있는 서로를 짖어대는 것인가. 묶인 것들은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는가. 가까이 있는 외로움이란 발정 난 제 몸을 미친 듯 핥는 모습보다 절절할지 모를 일 줄을 풀었다. 개처럼 날뛰는 두 마리 개가 보인다. 긁어대고 으르렁거리고 뒹구는 몸짓 외 묶이지 않는 외로움은 없을까 쉽게 풀어지는 저 작태가 외로움일까 몇일간 밖을 싸돌던 퀭한 눈구석이 꼬리를 앞세우고 돌아와 밥그릇 옆에 웅크리는 모습이 외로움일까 먹이를 잘 찾는 놈이 우두머리가 되는 늑대의 족속에서 밀려 인간에 귀화할 무렵 흔들기 시작했을 꼬리, 먹이 찾는 법을 잊고 묶인 사실만 기억하게 된 꼬리는 저 자신을 향한 사디즘* 고.. 더보기 이전 1 다음